외할머니와 저는 함께 수제비를 만든 적이 있습니다. 반죽을 뭉치는게 재밌어서 정신없이 반죽만 퍽퍽 치고 있으니까, 할머니는 너무 많이 치대면 수제비가 맛이 없다고 했어요. 뭐든지 적당히 하는게 중요하다고, 그게 손맛이 되고 삶의 지혜가 된다고요. 수제비는 그래서 쉬운 듯 어려운 요리라고 했어요. 곱게 뭉치고, 적당히 치대고, 무심하게, 사실은 세심하게 똑똑 덜어내어 만들어야 해서요. 정말로 제가 너무 치댄 수제비는 이상하게 맛이 없었고, 할머니랑 저는 수제비를 먹으며 킥킥 웃었습니다.
우리 할머니는 몇달 전에 돌아가셨는데요, 이상하게 할머니와 수제비를 만들던 그 날이 여러 번 생각나요. 할머니 생각이 제 머릿속에서 커다란 수제비 반죽이 된 것 같습니다. 할머니의 가장 큰 걱정은 당신의 장례식에서 아무도 안 울면 어떡하나 였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 저는 아직 가끔 혼자서 수제비 반죽을 치대며 소금물을 더해요.
맛있는 수제비를 만들려면 적당히 치대고, 적당히 떼어내야 한다던 할머니의 말씀이 그때나 지금이나 어렵게 느껴집니다. 그렇지만 손맛 연습을 해보려고 해요. 나눈 기억이 많은 만큼 떠올리면 힘들고 젖는 마음을, 할머니가 말했듯 삶의 지혜로 맛있게 바꿔보려고요. 현세에는 더 이상 할머니가 없고 할머니와 내가 생각하는 내세가 달라 ‘그게 정말 끝인가?’하는 생각이 들 때 뜨겁게 들이킬 수제비를 만들겠습니다. 더 이상 울지 않으려는 다짐의 조각이 아니라, 대신 영원히 울어주는 조각들이 되길 바라면서요.
할머니가 좋아하던 것, 우리가 같이 좋아하던 것, 나에게 남긴 것 등 여러 기억 지점을 뭉치고 치대어, 적당히 떼어내어 만들어진 조각들은 내가 살고 있는 지점 밑에서, 그 아래 어딘가에서 감칠맛을 내어줄까요?
‘맛있는 수제비’가 누군가에게 닿아, 그 사람도 우리 할머니와 나의 이야기를 보며 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렇게 조금씩 잔잔히, 영원히 남는 조각들이 되어주길!